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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화제다.

페이스북과 언론, 블로그들에는 인공지능의 미래, 바둑 이야기로 가득하다.


사실 난.. 알고리즘은 영.. 젬병이고..

바둑은 문외한이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우려고 해본 적이 있는데..

내 나름의 솔루션을 만드는 식으로 접근했던 장기와는 달리..

바둑은 그 변화무쌍함에 결국 포기한 기억이 있다..



운동경기나 선거, 시험 등 승부를 겨룸에서 항상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이

복기를 한다.. 이다.

사실 이 복기란 말 자체가..

다시복(復)자와 바둑기(棋)자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해 두었던 대로 처음부터 다시 두는 걸 말한다.


챌린지 매치 4국에서 이세돌 9단의 불계승 후에도

묵묵히 앉아서 복기하는 모습이 화제였는데..

이세돌 9단은 복기를 많이 하는 기사로 유명하다고 한다.

집요할 정도로 매달리는 복기가 지금의 이세돌 9단을 만들었다고 해도 될 듯하다.


복기는 대국이 끝나고 나면 승자와 패자가 마주 앉아

패자가 놓아보는 돌(질문)에 승자가 놓아주는 돌(응답)로 진행한다고 한다.

패자에게는 대국 전체를 다시 돌아보는.. 잔인한 시간이 되겠지만

이렇게 잔인한 과정을 겪으며 진일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승자 역시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지 않고

차분히 자신의 수를 다시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이 된다.


결국 복기는 패자와 승자 모두에게 꼭 필요한 공부이며

자신을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코드 리뷰의 기회가 많지 않은 나는

배포 후 며칠(혹은 몇 주)이 지나고 나서...

심심치 않게 이전에 짜놓은 소스를 열어보곤 한다.


그러면서 작게는 변수 이름을 수정하는 것에서부터

로직을 변경하려 들려고 할 때가 종종 있다.

왜 그 땐 떠오르지 않았던 좋은 생각들이

배포까지 마친 시점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건지....


그러다가 멀쩡한 소스 건드려서 장애가 나버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고쳐보려고 하는 욕심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차마 리팩토링이란 말까지는 못 붙이겠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우리 문화는 선제 대응을 하지 못 한 것을 큰 오점으로 여기며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질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외양간 고치는 것이야말로

또 다시 소를 잃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가장 현명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참고

1) 이창호, 이창호의 부득탐승, 라이프맵, 2011

2) 이외수,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해냄출판사, 2011

3) 정아람, “이세돌 바둑은 늘 격렬” 이긴 날도 이상하면 밤새워 복기, 중앙일보, 2016.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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