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영화를 만나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려야 했는지 잘 모르겠다.
분명 우리에겐 아픈 과거이며, 치유해야 할 상처이지만,
분명 피해를 받은 분들이 계시고, 가해자들이 명백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것인지....
손에 꼽을 만큼 높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영화 시장이라고 떠들지만
이런 영화는 외면해 버리고,
간신히 완성한 작품도 제대로 상영관을 잡지 못해
개봉을 기약할 수 없고....
어쩌면 이 영화는..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그리고 그 시기 우리 나라가 쳐했던 현실에 대하여
우리가 대하는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척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한줄기 희망이라면
아무도 투자하려 하지 않던 이 영화에
7만 명이 넘는 일반인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고,
아무도 틀려고 하지 않았던 이 영화를
일반인들의 성원으로 박스오피스 1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과거.. 워낭소리처럼 저예산 영화가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하는 경우는 드물게 있었지만..
귀향의 이런 선전이 의미하는 바는 또 다른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이젠 오래 전 이야기라고, 다들 잊은 이야기라고 떠들어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알고 있다고, 잊으면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개봉 2주가 지난 오늘.. 극장 상영관은 비교적 한산했다.
물론 퇴근 시간 직후의 상영 시간이라 아직 극장이 붐빌 만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하나의 중요한 이야기가
또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는 게 아닌가 싶어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아직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여세도 언젠가는 꺾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이 이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부디 시간이 지나도 이 이야기를 잊지 않고 그 분들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영화 제목 귀향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돌아갈귀(歸)가 아닌, 혼귀(鬼)자를 썼다.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소녀들의 혼이라도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던 감독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3월 10일 AM 1:30